1. 서론: 서해의 지정학적 위상 변화와 중국의 '조용한 침공'
1.1 서해의 전략적 가치와 안보 환경의 변화
한반도 서측과 중국 대륙 동측 사이에 위치한 서해(Yellow Sea)는 평균 수심이 약 44미터에 불과한 얕은 바다이지만,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경제가 교차하는 결정적인 지정학적 요충지이다. 역사적으로 서해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고 교류하는 완충지대였으나, 21세기 들어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에게 있어 서해는 수도 베이징과 톈진을 방어하는 최전방 방어선인 '경진(京津)의 관문'이자, 북해함대의 주력 잠수함 기지와 항공모함 전단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략적 통로이다. 반면, 한국에게는 수도권의 안보와 직결된 해상 전선이자, 전체 교역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경제적 생명선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이 서해에서 일련의 공격적이고 조직적인 해양 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는 과거의 불법 조업 문제나 일시적인 영해 침범 수준을 넘어선다. 중국은 2018년경부터 서해 잠정조치수역(Provisional Measures Zone, PMZ) 내외에 대형 관측 부표를 설치하고, '심해 양식'이라는 명분 하에 거대 인공 구조물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남중국해에서 이미 검증된 '회색 지대(Gray Zone)' 전술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를 서해를 중국의 배타적 관할 수역으로 만들려는 '서해 공정(West Sea Project)'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1.2 보고서의 목적 및 분석 범위
본 보고서는 중국의 서해 인공 구조물 건설이 한국에 제기하는 복합적인 위협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단순히 구조물의 물리적 제원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다음의 다섯 가지 차원에서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군사 안보적 차원: '블루 오션 정보 네트워크'와 연계된 감시 정찰(ISR) 능력 확보 및 대잠전(ASW) 환경 구축 가능성.
영토 및 주권적 차원: 잠정조치수역(PMZ)의 무력화와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획정에서의 우위 선점 전략.
법적 차원: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및 한중 어업협정의 위반과 '법률전(Lawfare)' 전술.
환경 및 생태적 차원: 대규모 양식 시설이 초래하는 해양 오염, 생태계 교란 및 한국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
전략적 차원: 남중국해 모델의 서해 이식과 '살라미 전술(Salami Slicing)'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
이러한 분석을 통해 중국의 행위가 단순한 경제적 이익 추구가 아닌, 동북아 해양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거대한 국가 전략의 산물임을 규명하고자 한다.
2. 중국의 서해 인공 구조물 전개 현황 및 기술적 특성 분석
중국이 서해에 전개하고 있는 인공 구조물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해양 환경 관측을 명목으로 한 대형 스마트 부표, 둘째는 초대형 해상 양식 플랫폼인 '션란(Shen Lan)' 시리즈, 셋째는 해상 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잭업(Jack-up) 플랫폼 '아틀란틱 암스테르담(Atlantic Amsterdam)'이다. 이들 자산은 개별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동되어 하나의 거대한 해양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1 해양 관측 부표: 감시망의 '눈'과 '귀'
한국 해군과 국회의 국정감사 자료, 그리고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위성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부터 서해 전역에 걸쳐 최소 13기 이상의 대형 부표를 설치했다. 이 부표들은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부와 경계선 인근, 특히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작전 구역인 동경 124도선 서쪽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2.1.1 부표의 물리적 제원과 지속 가능성
발견된 부표들은 일반적인 어망 표시용 소형 부표가 아니다. 직경 3미터에서 최대 10미터(약 33피트)에 이르는 대형 강철 구조물로, 등대와 유사한 타워형 상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력 시스템: 모든 부표는 대형 태양광 패널(solar array)을 장착하고 있다. 이는 부표가 단순한 위치 표시 기능을 넘어,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전자 장비들을 탑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부표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유지보수 없이 자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지속성(persistence)'을 보장한다.
통신 및 식별: 일부 부표에는 "중국 해양 관측 부표(Marine Observation Buoys of P R China)"라는 영문 표기와 함께 중국 국영 기업인 "중국전력건설(Power Construction Corporation of China)"의 로고가 확인되었다. 이는 해당 부표가 민간 어민이 아닌 중국 정부 또는 국영 기업 주도로 조직적으로 설치되었음을 증명한다.
2.1.2 탑재 센서와 군사적 전용(Dual-Use) 가능성
중국 측은 이 부표들이 기상 및 해양 환경 관측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탑재된 센서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에 주목한다. 남중국해와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Shoal)에 설치된 유사 부표들의 사례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기능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AIS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수신기: 주변을 항해하는 모든 선박의 위치, 속도, 침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서해는 미 해군 함정과 한국 해군의 주요 기동로이므로, 이 데이터는 중국군에게 적대 세력의 해상 활동 패턴을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음향 센서 (Hydrophone): 부표 하단에 수중 청음기를 매달아 수중 소음을 수집할 수 있다. 이는 잠수함의 스크류 소음이나 소나 신호를 탐지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얕은 수심으로 인해 대잠전이 어려운 서해 환경에서 배경 소음(Ambient Noise) 데이터를 축적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데이터 중계 노드: 수집된 데이터를 위성(베이더우 위성 등)이나 인근 해상 플랫폼(Atlantic Amsterdam)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통신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2.2 '심해 양식'의 위장: 션란(Shen Lan) 1호와 2호
중국은 '청도 국가 심원해 녹색 양식 시험구'라는 명목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잠수식 양식 케이지인 '션란(Shen Lan, 深蓝)' 시리즈를 PMZ 내에 배치했다.
2.2.1 션란 1호 (Shen Lan 1)
2018년 7월에 설치된 션란 1호는 직경 60.44m, 높이 38m, 중량 1,400톤에 달하는 거대한 8각 기둥 형태의 구조물이다. 축구장 2개 크기에 달하는 이 시설은 약 50,000 입방미터의 양식 공간을 제공하며, 연간 1,500톤의 어류 생산이 가능하다고 선전된다. 가장 큰 특징은 가변 심도 조절 기능이다. 태풍이나 적조가 발생할 경우 구조물 전체를 수면 아래로 가라앉힐 수 있는 '완전 잠수형(full-submersible)'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양식 어류 보호를 위한 것이지만, 군사적으로는 위성 감시를 회피하거나 은밀한 수중 작전 기지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2.2.2 션란 2호 (Shen Lan 2)
2024년 5월, 션란 1호 인근 약 1.3해리 지점에 추가로 배치된 션란 2호는 1호보다 더욱 확장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단일 케이지에서 100만 마리의 연어를 양식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되었으며, 자동화된 관리 시스템을 통해 인력 개입을 최소화했다. 이 두 구조물의 배치는 일회성 실험이 아니라, 서해 PMZ 내에 영구적인 '해상 단지'를 조성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보여준다.
2.3 바다 위의 요새: 아틀란틱 암스테르담 (Atlantic Amsterdam)
션란 시리즈가 '생산 시설'이라면, '아틀란틱 암스테르담'은 이를 지휘 통제하고 지원하는 '사령부' 역할을 한다. 이 구조물의 존재는 서해 구조물 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2.3.1 단순 양식장이 아닌 '다목적 기지'
이 플랫폼은 해저에 다리를 박아 고정하는 방식(Fixed Structure)으로 설치되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선박'보다는 '인공섬' 또는 '해양 시설물'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특히 헬기 착륙장과 대규모 거주 시설을 갖추고 있어, 유사시 해상 작전 기지나 감시 정찰 거점으로 즉각 전환이 가능하다. 중국 언론조차 이 플랫폼을 "바다 위에 새로 건설된 섬(new island)"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기점으로 주변에 더 많은 케이지를 건설하여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는 '점(Point)' 단위의 구조물을 연결하여 '면(Surface)' 단위의 관할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드러낸다.
2.4 이동식 굴착 장비의 위협
2024년 2월, 한국 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조사선 온누리호가 PMZ 내에서 발견한 또 다른 구조물은 높이와 직경이 50m가 넘는 이동식 강철 구조물이었다. 중국은 이를 어업 지원 시설이라고 주장했으나, 그 외형과 기능은 전형적인 이동식 시추선(Mobile Drilling Rig)과 유사하다. 이는 필요에 따라 위치를 변경하며 해저 지질을 탐사하거나, 특정 해역에 말뚝을 박아 실효적 지배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3. '투명한 바다(Transparent Ocean)'와 군사적 위협의 실체
중국의 서해 구조물 건설이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이것이 중국군(PLA)의 해양 전장 정보 수집 프로젝트인 '블루 오션 정보 네트워크(Blue Ocean Information Network)' 및 '투명한 바다(Transparent Ocean)' 계획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는 점이다.
3.1 블루 오션 정보 네트워크 (Blue Ocean Information Network)
중국전자과학기술그룹(CETC)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정보 기술을 이용한 해양 환경의 탐사 및 통제"를 목표로 한다. 이 네트워크는 단순한 과학 연구를 넘어 '민군 융합(Civil-Military Integration)' 전략의 핵심 사업이다.
구성 요소: 이 네트워크는 우주(위성), 공중(무인기), 해상(스마트 부표 및 플랫폼), 수중(글라이더 및 소나), 해저(케이블 및 센서 어레이)를 통합하는 5차원 감시 체계를 지향한다.
서해의 역할: 서해에 설치된 Atlantic Amsterdam과 13개의 스마트 부표는 이 거대한 네트워크의 최전방 '센서 노드(Sensor Node)'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융합 분석 센터(Deep Blue Brain)로 전송하여 서해 전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한다.
3.2 대잠전(ASW) 능력의 획기적 강화
서해는 평균 수심이 얕고 조수 간만의 차가 크며, 해저 지형이 복잡하고 염분 농도 변화가 심해 '소나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잠수함 탐지가 어려운 해역이다. 그러나 중국의 고정형 구조물들은 이러한 환경적 제약을 기술적으로 극복하게 해준다.
해양 환경 데이터(Hydrographic Data) 축적: 대잠전의 승패는 해양 환경에 대한 이해도에 달려 있다. 구조물에 부착된 센서들은 수온약층(thermocline)의 깊이, 염분 농도, 조류 속도 등 음파 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를 연중무휴로 수집한다. 이 데이터가 축적되면 중국군은 서해의 계절별, 시간대별 음향 전파 모델을 완벽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되며, 이는 한국 및 미군 잠수함의 탐지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비음향 탐지(Non-Acoustic Detection) 보정: 중국은 위성 레이더(SAR)나 라이다(Lidar)를 이용해 잠수함 항해 시 수면에 발생하는 미세한 굴곡(Wake)을 탐지하는 '관란(Guanlan)'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서해의 부표들은 위성 데이터의 정확도를 검증하고 보정(Calibration)하는 '지상 기준점(Ground Truth)' 역할을 수행하여 위성 감시망의 신뢰도를 높인다.
3.3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전진 기지
이 구조물들은 유사시 서해로 진입하는 미 해군 증원 전력이나 한국 해군의 기동을 차단하는 A2/AD(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의 물리적 거점이 된다.
레이더 사각지대 해소: 지구 곡률로 인해 발생하는 육상 레이더의 탐지 사각지대를 해상 플랫폼에 설치된 레이더나 전자전 장비로 메울 수 있다.
무인 무기 체계의 모함(Mothership): Atlantic Amsterdam과 같은 플랫폼은 수중 글라이더(Underwater Glider)나 무인 수상정(USV)의 충전 및 데이터 도킹 스테이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무인 정찰 자산의 작전 반경과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준다.
4. 법적 전쟁(Lawfare)과 주권 침해 분석
중국은 국제법의 모호성을 악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상대방의 대응을 무력화하는 '법률전(Lawfare)'을 서해에서 전개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해양 관할권을 잠식하는 심각한 법적 문제를 야기한다.
4.1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60조와 제87조의 충돌
제60조 (배타적 경제수역 내의 인공섬 등): 연안국은 자신의 EEZ 내에서 인공섬, 시설 및 구조물을 건설하고 규제할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
제87조 (공해의 자유): 공해상에서는 모든 국가가 인공섬 등을 건설할 자유를 가진다.
쟁점: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은 양국의 EEZ가 중첩되는 곳으로, 아직 경계가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은 이곳을 자국의 EEZ 혹은 '공해적 성격'이 있는 곳으로 해석하여 구조물 설치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은 경계 미확정 수역에서의 일방적 행위는 UNCLOS 제74조(경계 획정 전의 잠정 약정)의 '신의성실 원칙' 위반이며, 합의된 목적(어업) 외의 영구 시설물 설치는 불법이라고 반박한다.
4.2 2001년 한중 어업협정 위반
2001년 발효된 한중 어업협정은 PMZ를 "양국 어선이 공동으로 조업하며, 어업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수역"으로 규정했다.
목적 외 사용: 협정은 어업 활동의 관리를 주목적으로 하며, 군사적 성격이나 영구적 영토 점유를 의도한 시설물 설치에 대해서는 합의한 바 없다. 중국이 사전 협의 없이 Atlantic Amsterdam과 같은 고정식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협정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일방적 현상 변경: 중국은 한국의 지속적인 철거 및 이전 요구를 묵살하고 있으며, 오히려 "민간 기업의 정당한 활동"이라며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국가 간 조약의 의무를 민간의 상업 행위 뒤로 숨기는 기만적인 태도이다.
4.3 내해화(Internalization) 전략과 EEZ 경계 획정의 우위 선점
중국은 이 구조물들을 '알박기' 식으로 운용하여 향후 EEZ 경계 획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
실효적 지배 과시: 국제법상 인공 구조물은 영해를 갖지 않지만(UNCLOS 제60조 8항), 남중국해 사례에서 보듯 중국은 인공섬을 기점으로 영해와 EEZ를 주장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서해에서도 이 구조물들이 장기간 존치될 경우, 중국은 이를 '생활의 근거지'나 '경제 활동의 중심지'로 포장하여 해당 수역에 대한 역사적, 실효적 권원을 주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간선 원칙 무력화: 한국은 양국 해안선의 중간선을 경계로 주장하지만, 중국은 인구, 해안선 길이, 대륙붕 연장 등을 고려한 형평성의 원칙을 주장한다. 서해 중간선 동쪽(한국 측)에 가까운 곳에 설치된 중국 구조물들은 이 중간선 원칙을 무력화하고 중국의 관할권이 한국 근해까지 미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말뚝'인 셈이다.
5. 회색 지대(Gray Zone) 전술과 작전적 방해
중국은 군사력을 직접 투사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안보를 위협하는 '회색 지대' 전술을 서해에서 정교하게 구사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갈등의 비용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5.1 민간 위장과 해경의 호위 (Civil-Military Fusion)
중국은 구조물 건설 주체를 '산동심원해개발(Shandong Deepsea Development)'과 같은 민간 기업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중국 해경(CCG) 함정들이 이 구조물을 24시간 호위하며 접근을 통제한다.
온누리호 대치 사건: 2024년 9월과 2025년 2월, 한국 해양과학기술원의 조사선 '온누리호'가 PMZ 내 중국 구조물 인근에서 정당한 조사 활동을 시도했을 때, 중국 해경선 3~4척이 15시간 이상 추격하며 진로를 방해했다. 당시 중국 해경선은 1.7해리(약 3km)까지 근접하여 위협 기동을 펼쳤다. 이는 민간 시설 보호를 명분으로 타국 정부 선박의 공해상 활동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것으로,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회색 지대 도발이다.
5.2 살라미 전술(Salami Slicing)의 적용
중국은 문제를 한 번에 일으키지 않고 얇게 썰어내듯 단계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인다.
초기: 소형 부표를 설치하여 한국의 반응을 탐색(Testing)한다.
확장: 반응이 미온적이면 션란 1호와 같은 이동식 양식 시설을 배치한다.
고착화: Atlantic Amsterdam과 같은 고정식 대형 플랫폼을 설치하여 영구 기지화한다.
통제: 해경선을 상주시켰고, 최근에는 구조물 주변에 일방적인 '항행 금지 구역(No-Sail Zone)'을 선포하고 항공모함 푸젠함의 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적 통제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진적 접근은 한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명분이 약하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이미 상황이 고착화되어 버리는 딜레마를 안겨준다.
6. 생태 안보 위협: 서해 환경의 파괴와 경제적 피해
중국이 선전하는 '친환경 양식(Green Maritime Economy)'이라는 구호와 달리, 서해의 거대 구조물들은 심각한 환경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한국 어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다.
6.1 부영양화와 적조의 가속화
션란 2호의 경우 단일 케이지에서 100만 마리의 연어를 양식한다. 이러한 고밀도 양식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양의 사료 찌꺼기와 어류 배설물을 배출한다.
오염 메커니즘: 서해는 반폐쇄성 해역으로 해수 순환이 느려 오염 물질이 쉽게 정체된다. 양식장에서 배출된 유기물은 해저에 퇴적되어 부영양화(Eutrophication)를 유발하며, 이는 유해 조류 대증식(Harmful Algal Blooms, 적조/녹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저산소증(Hypoxia):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물속의 산소가 소모되어 '빈산소 수괴(Hypoxia)'가 형성되면, 꽃게나 조개류 등 저서 생물이 집단 폐사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양식장 주변 해역은 여름철 성층화가 진행될 때 심각한 저산소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6.2 외래종 유입과 생태계 교란
중국이 양식하는 대서양 연어(Atlantic Salmon)는 서해의 토착 어종이 아니다. 태풍이나 시설 파손으로 인해 이들 외래종이 대량으로 탈출할 경우, 서해의 먹이사슬을 교란하고 토종 어류와의 경쟁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 또한, 고밀도 사육 환경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다량의 항생제와 화학 약품은 해류를 타고 한국 연근해로 확산되어 수산물의 안전성을 위협한다.
6.3 한국 수산업의 피해
이미 한국 어민들은 중국의 불법 조업으로 고통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구조물 주변에 광범위한 접근 금지 구역을 설정함에 따라, 한국 어선들이 조업할 수 있는 어장은 물리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이는 2001년 어업협정에서 보장한 '공동 조업 수역'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한국 수산업의 생산 기반을 잠식하는 경제적 침탈 행위이다.
7. 결론: 전략적 대응의 필요성
중국의 서해 구조물 건설은 단편적인 불법 시설물 설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① 군사적으로는 서해의 수중 정보를 장악하여 한국과 미국의 해군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이며, ② 법적으로는 모호한 수역을 실효적으로 지배하여 영토화하려는 '서해 공정'의 실행이고, ③ 환경적으로는 서해의 지속 가능성을 파괴하는 생태 테러에 가깝다.
이 문제는 한중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동시에 단호한 원칙이 필요한 사안이다. 중국의 '살라미 전술'에 침묵할 경우, 서해의 잠정조치수역은 머지않아 중국의 '내해'로 변질될 것이며, 한국 해군은 서해에서의 작전 능력을 상실하고 수도권의 측면 안보가 붕괴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단순한 수산 당국 간의 협의체 수준을 넘어,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의 핵심 의제로 격상시켜야 한다. 또한,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환경 영향 평가를 국제 사회에 공개하고, UNCLOS 등 국제법적 수단을 적극 활용하여 중국의 일방주의에 제동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조용한 외교'가 '조용한 침공'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은 남중국해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